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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뚱냥이/인문, 사회, 문화, 종교

(2024 #66)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by 뚱냥아빠 2024. 12. 14.

 

 

죽음의 수용소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정신 의학자인 빅터 프랭클의 자전적인 에세이. 나치 강제 수용소에서 겪은 참혹한 고통을 건조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술회한다.

www.aladin.co.kr

 

이 책은 너무나도 유명한 책이여서 뭔가 설명을 더하는 것이 죄송한 마음도 든다.

책은 얇지만, 결코 쉽게 한장 한장이 넘어가는 책은 아니어서 더욱 그러한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에 느낌은 생각보다 수용소 생활이 많이 설명이 안 되어 있던 점이었다.

예전 산동수용소를 읽었을 때에는 수용소 생활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수용소의 생활은 그렇게 자세히 다루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수용소에서의 하나의 인간으로서 느끼는 여러 감정과 그 상황 속에서 드는 대처 등에 대해서 잘 묘사 되어 있는 책이라 생각이 든다.

 

한가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깼던 것은 가장 절망적인 어떠한 슬픔과 비극을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그 속에서 저자는 희망을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절망을 이기는 힘은 희망에 있고, 내일을 향한 꿈에 있다고 이야기 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쩌면 절망의 시간, 암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좋은 뉴스보다는 안 좋아지는 각종 뉴스들 속에서 꿈과 희망을 점차 잃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대한민국의 객관적 삶은 지금보다 훨씬 안 좋았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이 삶을 살아가는 큰 힘은 내일을 향한 희망과 꿈에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를 한다.

내일을 꿈꾸는 삶. 그것은 나 개인에게도, 그리고 자녀들에게도 꼭 주어야 하는 것일 것이다.

 


p107

강제 수용소 수감자들이 지니고 있던 전형적인 심리적 특징에 관한 문제를 정신 의학적인 측면에서 소개하고, 정신 병리학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독자들은 인간이 철저하게 그리고 필연적으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자유는 어떤가? 어떤 주어진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행동과 반응에 아무런 정신적 자유도 없단 말인가? 우리가 믿고 있는 이론, 즉 인간은 여러 조건과 환경적인 요인 - 생물적, 심리적, 사회적 성격으로 이루어진 - 이 만들어 낸 하나의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정말로 사실일까? 인간은 이런 여러 요소들에 의해 우연히 만들어진 존재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제 수용소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수감자들이 보인 반응은 '인간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라는 이론을 입증해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 직면한 인간에게는 자기 행동을 선택할 자유가 없단 말인가?

이론은 물론, 내가 직접 체험한 것을 통해서도 나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릴 수 있다. 수용소 체험으로 나는 수용소에서도 사람이 자기 행동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것을 입증해 주는 예(이런 이야기는 종종 영웅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데), 즉 무감각 증세를 극복하고 불안감을 제압한 경우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도 인간은 정신적인 독립과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제 수용소에 있었던 우리들은 막사를 지나가면서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아주 극소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다음과 같은 진리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그 진리란 인간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어도 단 한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수용소에서는 항상 선택해야 했다. 매일같이, 매 시간마다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찾아왔다. 그 결정이란 당신으로부터 자아와 내적인 자유를 빼앗아 가겠다고 위협하는 저 부당한 권력에 복족할 것인가 아니면 말 것인가를 판가름하는 것이었다. 그 결정은 당신이 보통 수감자와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유와 존엄성을 포기하고 환경의 노리개가 되느냐 마느냐를 판가름하는 결정이었다.

 

p120

미래 - 그 자신의 미래 - 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수감자는 불운한 사람이다.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는 것과 더불어 그는 정신력도 상실하게 된다. 그는 자기 자신을 퇴화시키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퇴락의 길을 걷는다. 일반적으로 이런 현상은 아주 갑자기 위기라는 형태를 띠고 일어난다.

수용소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이런 징후에 아주 익숙해져 있다. 우리 자신 때문이 아니라(별 의미가 없기는 하지만) 친구 때문에 우리는 모두 이 순간을 두려워했다. 대체로 이런 현상은 아침에 수감자가 옷 입고 세수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아니면 연병장으로 나가는 것을 거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간청과 주먹질, 위협도 효과가 없다. 그냥 누워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만약 이런 위기가 병 때문에 생긴 것일 경우 그는 병실로 옮겨지는 것을 거부하고, 그 밖에 도움에 되는 그 어떤 것도 거부한다. 그냥 포기하는 것이다. 자기가 싼 배설물 위에 그냥 그렇게 누워 있으려고만 한다. 세상 어떤 것으로부터 더 이상 간섭받지 않고.

 

p123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수용소에서 사람의 정신력을 회복시키려면 그에게 먼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보여 주는 데 성공해야 한다. 니체가 말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이 말은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와 정신 위생학적 치료를 하려는 사람에게 귀감이 되는 말이다. 수감자를 치료할 기회가 있을 때 그들이 처한 끔찍한 현실을 어떻게든 견딜 수 있는 힘을 주려면 그들에게 살아야 할 이유, 즉 목표를 얘기해 주어야 한다. 슬프도다! 자기 삶에 더 이상의 느낌이 없는 사람, 이루어야 할 아무런 목적도, 목표도 그리고 의미도 없는 사람이여! 그런 사람은 곧 파멸했다. 모든 충고와 격려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하는 전형적인 대답은 이런 것이었다.

"나는 내 인생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요."

 

이런 사람에게 어떤 대답을 해 주어야 할까? 가장 필요한 것은 삶에 대한 태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공부해야 했고, 더 나아가 좌절에 빠져 있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에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 시간마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인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밭는 것을 의미한다.

 

p135

어떤 사람이 수감자였는지, 혹은 감시병이었는지 하는 단순한 정보만으로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 수 없다. 인간의 자애심은 모든 집단, 심지어는 우리가 정말 벌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집단에서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과 집단 사이 경계선이 서로 겹쳐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천사, 저 사람들은 악마라고 부르면서 문제를 단순화시켜로고 해서는 안 된다.

 

p158

사람은 어느 정도 긴장 상태에 있을 때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그 긴장이란 이미 성취해 놓은 것과 앞으로 성취해야 할 것 사이의 긴장, 현재의 나와 앞으로 돼야 할 나 사이에 놓여 있는 간극 사이의 긴장이다. 이런 긴장은 인간에게 본래부터 있는 것이고, 정신적으로 잘 존재하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 내면에 잠재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전장을 던지는 일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야만 그동안 숨어있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를 일개울 수 있다.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마음의 안정 혹은 생물학에서 말하는 항상성, 즉 긴장이 없는 상태라고 흔히 말한다. 나는 정신 건강에서 이것처럼 위험천만한 오해는 없다고 생각한다.

 

p159

인간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가치 있는 목표, 자유 의지로 선택한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지 긴장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성취해야 할 삶의 잠재적인 의미를 밖으로 불러내는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항상성이 아니라 정신적인 역동성이다. 말하자면 한쪽 극에는 실현돼야 할 의미가, 다른 극에는 의미를 실현시킬 인간이 있는 자기장 안의 실족적 역동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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