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는 뚱냥이/인문, 사회, 문화, 종교

(2023 #88) 병자호란, 그냥지는 전쟁은 없다 | 임용한, 조현영 지음

by 뚱냥아빠 2023. 10. 21.
반응형

 

 

병자호란

<토크멘터리 전쟁사>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임용한 박사와 대본을 쓴 조현영 작가가 뭉쳐서 쓴 전쟁사 시리즈. 첫 권에서는 패배한 전쟁인 병자호란을 다룬다. 배경인 후금의 성장, 정묘호란

www.aladin.co.kr

책을 읽는 내내 고구마 10개는 먹은 듯한 답답함과 분노, 허탈감이 치밀었다.

이렇게 조선의 양반이란 집단이 무능했었구나... 

백성의 안위에는 관심들이 없었구나...

그리고 그 명분, 체면 문화란 것의 폐해가 이런 것이구나..

등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장 어처구니 없었던 순간은

병자호란은 어쩌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전쟁, 치욕이었다는 점이다.

정묘호란 정도에서 아마도 청나라는 그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냥 조선이 고분 고분 했었으면...

 

그런데, 정묘호란 이후 또 살만 했는지, 청나라와의 약속을 어기게 된다.

그넘에 체면과 명분이란 것 때문에...

사실상 외교적 의미에서 보면 조선이 먼저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렇다면 대비라도 잘 하고 있었나???

그렇지도 않다.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것 없는 상황에서....

그냥 체면만 치를 생각 이었다. 큰소리 치면 그게 되나??

 

그렇게 시작한 전쟁에서...

또 그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실기들이 오고 갔다.

전혀 전략적이지 않은... 그들의 사고 프로세스를 보면서

너무나도 답답했다.

 

그런데, 그렇게 보다 보니 지금의 이 시대 역시 어떤 의미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들이 든다.

사실 일본과의 문제도 그렇다.

일본이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 나라 상황에서 일본과 척지어 좋을 것이 하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우리가 중국에 붙을 수 있는 상황인가? 그렇지도 않다.

그렇다면 결국 전략적인 사고와 의사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우리는 우리의 실리를 챙길 생각은 안하고 여전히 명분과 체면 중심의 결정들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또한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전쟁을 할 형편은 안 되는데, 말만 번지르르한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실행은 안 되는데, 그럴 듯한 이야기들은 잘만 만들어 낸다.

이런 사람들은 걸러 내야 하는데,

안 되는 회사의 특징이 이런 사람들이 요직에 앉아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고 삶의 지혜를 얻는다

병자호란의 난 속에서 지금의 삶의 지혜를 가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p19

세상에 군대 없는 나라는 없다. 군대 없이 유지되는 나라도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 그런 기적적인 나라가 하나 있다. 조선이다. 변변한 군대도 없이 전쟁으로 단련된 왜군의 침략을 이겨냈다. 나도 가족을 잃었고, 수많은 억울한 죽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기적이다. - <서변비로고>

'기적적인 나라, 조선' 이 말은 반어법이다. 기적은 한 번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조선은 그 처절한 전쟁을 겪고도 변하지 않았다.

 

아, 태평한 세월이 오래되어 국방을 잊었다. 장수들은 시간만 때우며, 보직 이동만 기다린다. 군인명부의 반은 비었고, 군사는 훈련하지 않는다. 성곽은 무너지고 해자는 메워졌다. 조정에서 다른 관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우리에겐 명이 있다" 라고 하거나 "우리는 성리학의 도를 지키는 나라이니 하늘이 도울 것이다."라고 말한다. - <서변비로고>

 

p38

태평하던 명도 누르하치를 보며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 정치든 외교든 뒤뚱거리면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던 늙은 곰 만력제는 엉뚱하게도 누르하치와 조선의 결탁을 의심한다. 명에도 누르하치를 경계한 관료는 많았겠지만, 당시 명 조정은 조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동맥경화에 걸려 있었다. 어떤 첩보든 상부에 보고되면 길을 잃고 헤매거나 뇌물에 덮여버렸다.

 

p53

강홍립 밀지로 본 '가짜 뉴스'의 역사

강홍립 밀지론은 역사학자들까지도 속여넘겨서 1970~80년대까지도 학계에서 정설처럼 돌아다녔다. 광해군을 쫓아내기 위해 만든 루머가 거꾸로 광해군을 영웅으로 만드는 근거가 되었다는 게 다만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광해군을 영웅시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이 가짜 뉴스를 굳게 믿는다. 정치 투쟁에서 가짜 뉴스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정치인들 사이에 오가는 가짜 뉴스를 우리는 음모와 모략이라고 한다. 이건 광해군만의 비극이자 불운이었을까? 아니다. 역사상 거의 모든 군주들이 음모론의 주인공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광해군은 왜 음모론에 쓰러졌을까? 그것은 그의 체제가 그만큼 불안정했고, 상대를 포용하는 배려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p251

절반은 비겁한 변명이었다고 해도 즁요한 점은 양반이라 배낭을 멜 수 없다는 말이 당당히 핑계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조선이었다는 점이다.

 

p288

"이 나라의 전쟁은 아무것도 모르는 문신들이 준비도 안된 병사를 최악의 장소에 몰아넣지. 그러곤 용기만 있다면 이길 수 있다고 우기지. 우린 방법이 둘밖에 없어. 적에게 무능한 지휘관이라고 조롱받으며 죽거나 조정에 끌려가 비겁한 장수로 죽는 거지."

 

p358

왕과 대신들은 그렇게 살아서 한성으로 돌아갔지만, 산성에 남은 사람들은 사냥감이 되었다. 청 군사에게 사로잡힌 주민들은 울부짖었다.

"왕이여, 우릴 버리고 가십니까!"

조선 왕이 여진족 왕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다. 그 충격은 이해가 가지만 책임 있는 리더라면 항복 협상 중 산성에 있는 군인과 백성의 철수 문제를 논의했어야 했다. 명분 논쟁만 하다 이 문제가 쏙 빠졌다. 질서정연하게 산성으로 들어와 남문을 사수했던 수원 병사들은 성을 나서자마자 절반이 청군의 포로가 되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