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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뚱냥이/인문, 사회, 문화, 종교

(2023 #72) 얼굴 없는 중개자들 | 하비에르 블라스, 잭파시 지음 | 김정혜 옮김

by 뚱냥아빠 2023.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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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중개자들

〈파이낸셜타임스〉를 거쳐 블룸버그뉴스까지 20여 년간 원자재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약한 하비에르 블라스와 잭 파시는 수많은 취재와 인터뷰, 비밀문서 분석 등을 통해 원자재 시장과 중개자

www.aladin.co.kr

아니...

이렇게 두꺼운 책이

이렇게 재미있어 버리면 반칙 아닌가???

 

이 책은 원자재 트래이더에 대한 책이다.

사실, 뭐든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가 뒷얘기에 대한 것이지 않을까?

바로 원자재 트레이더에 대한 뒷얘기를 적은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원자재 트레디어들은

그간, 정보의 불균형과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하여 본인의 이익을 극대화 하였다.

특히나 반군, 독재자, 제재를 받는 국가 등에 원자재를 사고 팔면서 이익을 극대화 해 나갔다.

 

그렇게 그들의 부와 권력을 키워 오다가,

결국 미국의 철퇴를 맞게 되어 지금은 약간? 그 기세가 약해져 있기는 하다...

 

이 책을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제재를 하는데 러시아가, 중국이 또 그리고 북한이 버틸 수 있는 것일까?

또 각국의 반군들이나 독재국가들이 버틸 수 있는 것이지? 라는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물론 이 책에서 중국과 북한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는 나오지는 않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이다.

 

그들이 꼭 팔아야 하는 원자재를 보다 싼 값에 사 들이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돈... 달러는 공급해 주고, 

그들은 또 그 원자재를 꼭 사야 하는데, 살 수 없는 국가에 비싼 가격에 파는...

그렇게 그들은 그들의 부를 늘려 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달러에 대한 추적과 함께 미국이 제재를 거는 개인와 단체에 거래를 한 기업에 거금의 벌금과 각종 수사 등을 하게 되면서 많이 위축이 되기는 했다.

이 책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어쩌면 그래서, 최근에 위안화로 원자재 거래 대금액이 늘었다는 것이...

이런 배경 하에서 원자재 트레이더들의 또 다른 살길로 열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면서 뭐랄까...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또 하나의 눈이 열리게 된 것 같다.

세상의 그 이명의 어두움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또 하나의 이익의 움직임들 말이다.

500페이지가 넘지만, 번역도 깔끔하고, 뭣보다 너무나도 재미있다.

강력 추천 책이다.

 


p59

전쟁이 끝나자 운자재 중개 산업엔 훈풍이 불었다. 전후 복구가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을 활짝 열어줬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유럽과 아시아 도시는 재건이 시급했다. 즉, 철강, 시멘트, 구리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p89

석유 산업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은 오펙, 최대 수혜자는 원자재 중개 산업이었다. 그렇게 오펙은 석유 시장과 세계경제를 완전히 뒤엎었다. 또한 석유 메이저의 시대를 끝냄과 동시에 그 힘을 원자재 중개 업체에 넘겨줬다. 

 

p100

1971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금본위제를 폐지했다. 그전까지는 금과 미국 달러 가치가 연계됐다.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를 폐지한 이유는 석유와 거의 무관했고, 오히려 경제 부양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금본위제 폐지는 엉뚱하게도 석유 시장에 극적 효과를 가져왔다. 미국 달러의 가치가 하락하자 원유를 미국 달러로 팔던 중동의 이익이 저평가된 것이다. 오펙 회원국은 새로운 요구에 직면했다. 서방 기업으로부터 자국 자원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는 것.

 

p133

10년간의 지각변동을 겪은 석유 시장은 이런 근본적인 변화로 인해 에너지에 대한 세상의 접근법을 다시 설정했다. 예전에는 세븐시스터스가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를 사실상 식민지 유전으로 거느리며 석유 계약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제 석유 시장은 세븐시스터스의 식민 지배에서 해방됐고, 세븐시스터스의 자리는 리치 같은 트레이더가 차지했다.

세로이 자리를 차지한 트레이더들은 지켜야 할 역사나 평판도 없었으니 도덕심까지 버릴 준비가 된 자들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현대 세계의 지정학적, 경제적 혁명을 촉진했다. 산유국은 자국 원유에 대한 통제력을 되찾았고, 오일머니는 국제금융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했다. 그리고 석유국가가 국제적인 정치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유가는 자유의 몸이 됐다.

이제 런던이나 뉴억에 있는 석유 메이저가 미국과 유럽 정부와의 우정 속에 품위 있게 유가를 결정하던 시대는 끝났다. 무한 경쟁의 정글 혹은 도박장과 같은 로테르담 마켓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재 가격을 결정하는 권한을 이어받는다.

이런 변화는 단지 석유 시장에만 해당되진 않는다. 금본위제 폐지로 달러의 가치가 시장의 영역으로 들어왔고 시장 안에서 결정되기 시작했다. 서방 정부와 제도가 세계경제에 미치던 영향력이 모든 부문에서 약화됐고, 더욱 무자비한 자본주의가 만드는 새로운 시대가 찾아왔다. 한마디로 원자재 트레이더의 시대가 찾아왔다.

 

p168

남아공은 석유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금수 조치 때문에 아무도 석유를 팔지 않았죠. 그런데 우리가 공급한 이유는, 불법이 아니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p192

석유 선물 계약의 시작은 원자재 중개 업체에 날개를 달아 줬다. 현대에 들어 거래 위험을 회피할 길이 처음 열렸기 때문이다. 이젠 위험을 감내할 필요 없이 대규모 계약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의미도 있다. 현물과 금융 모두에 참여하는 원자재 중개 업체가 다양한 시도를 해 볼 무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노골적으로 비유하면 월스트리트 '도박장'이 석유 시장에 침투한 셈이다. 이 두 문화의 충돌에서 돈벼락을 맞을 준비가 가장 잘된 이가 바로 홀이었다.

 

p273

비톨의 '호텔'도박은 소련 붕괴가 세계에 미친 파급효과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교역과 경제 의존성이 뿌리 깊이 얽히고 설킨 상호 관계가 한순간에 뿌리까지 뽑혔다. 얼마 전까지도 많은 해외 투자자는 소련 세력권 국가게 섣불리 들어갔다가 돈에다 평판까지 잃을까 주저했다. 하지만 원자재 중개 업체는 달랐다. 그들은 돈에 쪼들리는 국가에 석유와 식량을 '외상'으로 공급하는 등 한 국가의 생존을 지탱하는 생명줄이었다. 또한 구공산권 프로젝트에 막대한 돈을 투입했고 천연자원이 흐르는 방향을 바꿨다. 정책 입안자가 좋아하고 정치적으로도 편리한 공급망을 따라 흐르던 천연자원이 가격을 가장 높게 쳐주는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p289

원자재 중개 업체는 한마디로 대금을 치를 능력이 극히 낮은 국가과 거래를 하는 상황이니 수익을 낼 확실한 방법도 찾아야 했다. 즉, 원자재 중개 업체가 변방에서 번성하기 위한 두번째 요소는 창조성이었다. 당시는 구상무역, 한마디로 물물교환의 시대였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든 기업이든 현금이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원자재 중개 업체는 그렇게 구상무역의 전문가가 된다.

 

p319

흉작이나 광산 폐쇄 같은 단발성 공급충격으로 생기는 사이클은 대개 단기간에 해소된다. 가격 상승이 공급 확대를 부추기는 대신에 수요를 억제하면서 다시 균형을 찾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 증가에서 비롯한 슈퍼사이클은 세계경제의 급속한 산업화/공업화/도시화와 맞물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근대 첫 번째 원자재 슈퍼사이클은 19세기 산업혁명에 의해, 두 번째 슈퍼사이클은 2차 세계 대전이 터지기 전의 군비 재무장으로 촉발됐다. 그리고 세번째 슈퍼사이클은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초 유럽과 일본의 전후 복구과 팍스 아메리카나에 따른 경제 호황의 결과로 나타났다. 2000년과 거의 때를 같이한 네 번째 슈퍼사이클은 중국과 여타 신흥경제국이 원자재 스위트 스폿에 진입함으로써 시작됐다.

 

p378

이라크의 석유/식량 교화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머큐리아와 군보르에너지의 성공 신화는 유가 급등이 세계경제의 윤곽을 어떻게 다시 그리는지를 명확히 보여 줬다. 유가 강세는 산유국 독재자에게 칼자루를 쥐어 줬고, 그들의 석유를 시장에 공급하는 원자재 중개 업체의 위상을 드높였다.

 

p386

한편, 세계경제엔 중국발 새로운 역학이 등장한다. 이머징 마켓사이에서 서방을 거치지 않는 무역 흐름의 증가였다. 이러한 역학에서도 원자재 중개 업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자재 호황이 중국에서 시작된 만큼 원자재 중개 업체가 아프리카에서 사들인 원자재 대부분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너무나 뻔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은 원자재 중개 업체의 발자국을 그대로 따라간다. 아프리카에 대한 직접투자였다. 이로써 중국 투자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 단계의 끝에서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의 수많은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 세력에 포함됐다.

 

p404

많은 아프리카 국가의 목적지 사업의 매력적인 무대가 됐던 이유 하나는 선진국에 비해 품질 규제가 턱없이 부실했던 까닭이었다. 즉, 서방에서는 기준 이하인 제품을 '털어 낼'시장이 생겼다는 뜻이다. 경유를 예로 들어 보자. 유럽에서는 경유의 유황 함량이 10피피엠을 초과할 경우 판매가 금지된다. 하지만 일부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유황 함량이 최대 1만 피피맴이 넘는 경유도 판매 가능하다. 중남미와 러시아의 후진적인 정유 공장에서 저급한 석유 제품이 원자재 중개 업체를 통해 아프리카에 공급되는 이유다.

구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구리 광석 대부분엔 독성 물질인 비소가 소량 존재한다. 많은 국가에서는 구리 제련에서 배출되는 비소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엄격한 규제를 도입했다. 일례로 중국 정부는 비소 함량이 0.5%를 초과하는 구리 광석의 수입을 금지 중이다. 하지만 나미비아에는 관련 규제가 일절 없다. 아프리카의 이런 사정에 통달한 원자재 중개 업체 입장에서 아프리카는 유익한 '목적지'인 셈이다.

2000년대 중반 아프리카는 모두가 기피하는 원자재를 컬어 버리는 시장과도 같았다. 최후의 공급처이자 마지막 소비자인 셈이다. 그리고 최악의 양심 불량자에겐 쓰레기장과 같았다.

 

p428

"정치적 문제를 일으키려면 사람을 배고프게 만들면 됩니다. 제일 쉬운 방법이죠"

식량 가격 급등은 그렇게 잔인한 두 얼굴을 드러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의 삶을 혼란에 빠뜨린 반면, 원자재 중개 업체에는 '늘 그랬듯'투기로 떼돈을 벌 기회를 줬다.

 

p482

그간 원자재 중개 업체는 남들이 가장 꺼리는 곳에 과감히 뛰어들어 기꺼이 돈을 썼다. 1장에서 봤듯이 바이서가 소련 땅을 밟던 시절 이후부터 쭉 그랬다. 또한 적어도 1980년대 이래로 원자재 중개업체는 원자재 흐름을 담보로 정치가 불안한 국가의 자금 조달을 도왔다. 1980년대 초 마크리치앤드코는 내전이 한창이던 앙골라 정부에 약 8,000만 달러를 선불로 지급하겠다고 합의했다. 이는 한 국가의 석유를 대출 담보로 이용하는 최초의 계약 중 하나였고, 그 후에는 이런 식의 석유 언계 대출 거래가 매우 보편화된다.

2011년 글랜코어의 기업공개가 보여 주듯, 원자재 중개 산업의 자본 조달 방식에 변화가 생긴다. 이제 원자재 중개 업체는 외부에서 자본을 조달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그들 손에 유례없이 막강한 영향력을 쥐어 줬다. 미국의 연기금은 자신이 마크리치앤드코의 지갑 신세가 되는 상황을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21세기판' 마크리치앤드코가 창조하고 관리하는 투자상품에 돈을 태웠다. 당연히 그들이 무슨 생각으로 돈을 태웠을지는 짐작이 된다. 글랜코어는 어엿한 상장회사였던 데다, 명망높은 에프티에스이 100 지수에 편입된 우량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금융 권력을 손에 쥔 원자재 중개 업체는 세계경제 시스템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힘은 구제 정세에 차원이 다른 영향을 미칠 정도가 됐다. 원래 그들의 목적은 돈이었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갑자기 여러 국가의 재정을 통째로 떠받칠 뿐 아니라, 국제금융 시스템에서 추방당한 개인과 국가를 복귀시킬 수 있는 금융적 수단까지 획득했다. 심지어 리비아 내전이나 쿠르드 지방정부의 독립 투쟁처럼 정치색이 다분한 분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금융 권력까지 휘두를 수 있었다. 런던과 추크, 휴스턴의 편안한 사무실에서 말이다.

 

p521

이처럼 미국의 선언은, 법망으 피해 나가는 데는 세계 최강이었던 원자재 중개 업체 입장에선 한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였다. 온세상을 제집처럼 누비며 부패 관려와 거래하고도, 국제사회가 기피하는 불량 국가과 손잡고도 어떠한 불이익을 받지 않던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다만 비앤피바리바가 받은 천문학적인 벌금은 원자재 중개 업체에는 간접적 영향을 미쳤을 뿐이었다. 결론적으로 다른 은해에 거래 유지를 호소한 도팽의 노력은 먹혔고 트라피구라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앞으로 닥칠 상황이 바뀌지 않음은 분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자재 중개 업체도 미국 정부의 십자포화를 받을 뿐 아니라 업계 전체에 짙은 먹구름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p537

원자재 중개 업체가 국제무역의 확대에서 이익을 창출했던 만큼 그 트렌드가 꺾인다면, 즉 국제무역이 위축되면 원자재 중개 업체가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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