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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뚱냥이/인문, 사회, 문화, 종교

(2023 #24) 가짜 노동 | 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예센 지음 | 이수영 옮김

by 뚱냥아빠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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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노동

우리 사회에 금기시되었던, 하는 일 없이 바쁘고 무의미하게 시간만 낭비하는 일, 즉 ‘가짜 노동’은 무엇이고, 어떻게 우리의 과잉 노동을 불러왔는지에 대해 깊숙이 탐구한다.

www.aladin.co.kr

이 책은 정말 일독을 권하는 책이다.

일의 본질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어처구니 없이 "저 일을 왜 하지?"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러면 자조 섞인 말로 "자체 일자리 창출" 이라고 말하곤 한다.

이런 일들이 가짜 노동일 것이다.

내가 잠깐 근무했던 어떤 회사에서는

"가짜 일"을 찾아내서 서로 이야기 하는 시간이 정기적으로 있었다.

나는 마치 그게 공산당의 자기 반성과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가짜 일을 찾아내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 생각이 된다.

우리가 일을 하다 보면

일이 일찍 끝나도, 나의 샐러리가 시간을 산 것이기에

빨리 일을 종료 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늦게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을 뭔가 일을 열심히 한다고들 생각을 한다.

이 모든 것이 가짜 노동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납기의 최대한을 쓰며 철저하게 파킨슨의 법칙을 지키며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제기하는 질문은 그것이다.

이렇게 가짜 노동을 하며 사는 삶이 "행복하니?"

진짜 노동을 해야 행복하지 않겠니?

라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노동의 가치에 대해서 여러 논쟁이 있고, 각자 보는 뷰가 다르긴 하다.

그래서 뭐라고 딱 특정된 결론을 이 책에서도 내리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인간답게 살아가는데 있어서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진짜 가치 있는 일인...

진짜 일인지는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진짜 일이어야, 어쩌면 내 시간이 진짜 시간이 되는 것이고.

그렇게 진짜 시간이 모여 나의 인생이 진짜 인생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p44

1880년에서 1940년 사이는 위대한 발전의 시대였다. 이때 전기, 증기기관, 기차, 농기계, 내연기관, 전화, 백신, 자동차, 비행기, 하수처리 체계, 타자기, 전신, 축음기, 라디오, 페니실린 같은 신기술이 들불처럼 번졌다. 고된 노동이 눈부신 진보를 낳았고 진보는 신세계에 대한 대담한 희망을 고양시켰다. 증기기관과 이후에 등장한 디젤엔진이 엄청난 양의 수작업을 대체했으니, 마침내 인간이 좀 느긋해질 수 있는 날이 곧 다가올까?

안타깝게도 아니었다. 노동자들의 대량 이탈을 막고 계속 회사에 붙잡아둘 방법들이 새롭게 고안되었고, 결국 인간은 여전히 그물침대에 누울 수 없었다.

p57

[과잉교육과 남아도는 지식노동자]

드러커와 경영학 스승들의 말처럼 지식노동자들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양산되었고, 현대 회사에 필요한 혁신 업무의 핵심이 되었다. 다시 한번 노동시장은 그럭저럭 이 모든 똑똑한 사람들을 새로운 자리로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뭔가 좀 이상했다. 궁극적으로 이런 대학과 경영대학원 졸업생들을 위해 맞춤 제작된 많은 일자리가 특정 학문과 자질과 지식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던 과거의 일자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드러커조차 이게 문제가 될 수도 있음을 알았다. 1979년 드러커는 지적인 사람들이 지루한 업무를 맡고 나서 자신이 지나친 교육을 받았음을 깨닫게 되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대한한 '지식인'이 되리라 기대했던 자신이 일개 '직원'일 뿐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p65

인류의 탄생 이래 노동의 역사를 연구해보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인간은 재량 시간이 더 확보될 때마다 자신을 계속 분주하게 만들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냈다. 심지어 실질적인 일에서 점점 멀어지면서도 노동의 속도를 늦추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로, 주로 실내에 틀어박혀 앉아서 일하는, 더욱더 추상적이고 점점 더 이해하기 어려운 유형의 일을 하느라 결국 더 바빠졌다.

p96

[가짜 노동의 정의들]

가짜 노동은 의미가 없고, 가치있는 결실을 맺지 못하며, 실제 아무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텅 빈 노동'은 가짜 노동이고, '빈둥거리기'는 의도적인 가짜 노동이다. '가짜 노동'이 반드시 고의적인 노동 회피나 절대적인 내용 없음을 나타내는 건 아니다. 단지 궁극적으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허위에 노동, 허위로 할일을 만들어내는 행동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본다. 가짜 노동이 없어져도 세상은 아무 문제 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가짜 노동이 그냥 텅 빈 노동이 아니다. 바쁜 척하는 헛짓거리 노동, 노동과 유사항(하지만 노동은 아닌)활동, 무의미한 업무다. 즉, 아무 결과도 내지 못하는 작업이거나 마찬가지로 거의 결실을 보지 못하는 뭔가 다른 것이 계획, 제시, 착수, 실행되기 위해 사전에 이뤄져야 하는 노동을 지칭하기도 한다. 또한 뭔가 의미있는 성과로 이어지길 바랐지만 그렇지 못한 노동도 지칭한다.

p126

파킨슨의 법칙은 ~ 중략 ~ "일은 그것의 완수에 허용된 시간을 채우도록 늘어난다."

p145

바쁜 척에 대해 다시 말해보자. 바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금기다. ~ 중략 ~ 즉, 빈둥거림은 금기인 것이다.

p151

바쁨을 숭배하는 우리 사회의 기조 역시 주 15시간 노동의 시대가 노래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p260

근무시간 길이와 생산력의 산관관계에 관한 연구는 긴 근무시간과 막대한 야근을 뽐내는 사람들에게 시사점을 준다. 스탠퍼드 대학 연구에 따르면 생산성과 근무시간 사이엔 딱히 강한 상관관계가 없다. 적어도 근무시간이 주 50시간에 가까워질 때는 말이다. 그것이 설령 컴퓨터 앞이 아니라 기계 앞에 서서 하는 진짜 무대 앞 노동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50시간 이후에는 부가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한다. 63시간 이후에는 완전히 급락하며 생산성의 우물이 말라버린다. 노동자들이 너무 지쳐 효율성이 제로로 떨어지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주당 70시간을 일하면 그중 15시간은 완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보내게 된다.

p343

다시 의미를 찾으려면 큰 그림을 봐야 한다. 회사보다 더 큰 무언가를 위해 일해야 한다. 의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일하지 자신의 직장인 병원을 위해 일하는게 아니다. 변호사는 정의를 위해 일하지 자신의 법무 법인을 위해 일하는게 아니다. 교사는 사회의 미래를 위해 일하지 특정 학교를 지키는 게 임무가 아니다. 광고업계에서 일한다면 인생을 그냥 안락하게 지내는 것보다 원하는 것이 더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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