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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뚱냥이/IT, 과학

(2024 #11) 칩워 | 크리스 밀러 지음, 노정태 옮김

by 뚱냥아빠 2024.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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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추천을 하였었다.

그런만큼 왜이렇게 손이 안 갔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 책이 반도체 여러 기업들과 현재의 국제정세, 그리고 앞으로의 일들에 대하여 대략적으로 예측한 것이 나오는 그런 류의 책인줄 알았다.

또 뻔하디 뻔한 반도체 책인가 보다...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의 목차조차 보지 않았던 나의 실수였다.

이 책은 그런 류의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마치 소설같다.

반도체가 어떻게 태동을 하게 되었으며,

그 당시 여러 국제 정세와 함께 이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커왔는지에 대하여 기술이 되어 있다.

마치 반도체 산업 역사서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고 보니 뭔가 반도체 주요 회사들간의 계보가 연결이 되면서 

"아.. 이 회사랑 저 회사랑 이래서 그렇게 협업을 잘 했구나~" 라는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

 

ASML이 왜 하이 EUV를 인텔에 제일 처음 주게 되었는지,

그전에는 EUV를 삼성에 비하여 TSMC에 왜이렇게 장비를 몰아주게 되었는지...

삼성이 ASML에 투자를 빼서 그렇다느니, 캐논을 삼성이 밀어줬다느니..

여러 말들이 많았지만, 다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TSMC가 태동하게 됐을 때부터 필립스, ASML과 뗄레아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또 일본과 대만간의 반도체 협업

그리고 대만과 미국과 반도체 협업 관계 역시도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보면서 이들 나라간의 연계가 잘 될 수 밖에 없었겠구나.. 싶었다.

 

특히나 지금 인텔을 중심으로 한

미국에서의 반도체 생산에 대한 집착과 미국 기업들끼리의 짬짜미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닐 뿐더러..

그들의 사고 싶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위기감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미국의 접근 방식들이 엿보이는 것이 이 반도체 산업의 역사를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을 덮으면서 들은 큰 두가지 생각은

TSMC라는 위대한 회사와 그 회사를 일구기 위한 대만 정부의 탁월한 안목과 뚝심이었다.

반도체 산업은 세계화가 아니라, 결국은 TSMC로 깔대기처럼 모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들은 생각은

삼성전자란 회사가 정말 이렇게 큰 것은 여러 우연이 겹친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클 수 없는 상황에서 정말 잘 해냈구나...

그러나, 지금 정말 큰 위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메모리, 로직, 파운드리, 팹리드.. 모든 반도체의 산업의 영역을 사실상 다 건드리고 있는 삼성전자...

그리고 현재 반도체 산업의 병목이 일어나고 있는 여러 요소들에서 다 대안이 될 수 있는 삼성전자..

그런데, 그 대안으로 딱 픽업이 되고 있지 못하다.

TSMC의 대안으로서... HBM의 대안으로서... 

많이 아쉬운 상황이긴 하다.

그리고 지금은 다들 각자의 전문 분야에 집중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과연 이렇게 전 분야에 전선을 펼치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까? 싶은 생각이 계속 든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가 국가 보안을 위하여 꼭 필요한 요소라 생각을 하고,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을 키웠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재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인하여 삼성전자가 우리 나라에 끼치는 긍정적 요인이 참 많음에도 불구하고 못 잡아먹어 안달들인 거 같긴 하다.

 

지금 우리는 어쩌면 반도체 변곡점에 와 있는지 모르겠다.

중국의 성장과 이를 막아내기 위한 미국과의 전투에서 반도체는 꼭 가져야 할 핵심 무기이다.

여기에서 중국에 이 시장을 내어 주느나, 미국이 가져가느냐는 앞으로의 10년, 20년에 있어 너무도 큰 이슈이긴 하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까지는 이 책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삼성전자가 더이상 헛발질을 하지 말고...

인텔이 걸었던 길이 아니라, 계속해서 헝그리 정신으로 커 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p52

2차 세계대전의 결과는 산업 생산력에 의해 결정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군사력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은 이미 분명한 사실이었다. 강대국은 비행기와 탱크를 수천 대씩 생산해 내고 있었으나, 그들은 동시에 로켓이나 레이더 같은 새로운 장치를 개발하는 연구소도 세웠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파쾨한 원자폭탄 두 개는 석탄과 강철로 규정되던 시대가 원자력 시대로 바뀔 것임을 예감하게 해 주었다.

 

p120

소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제품으로 그 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통해 앞서 나갔다. 모리타의 꿈은 실리콘밸리의 최신 회로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소비자 기기를 내놓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의 계획은 소비자에게 무슨 제품을 원하냐고 묻는 대신 새로운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이끄는 것이다. 대중은 무엇이 가능한지 모르지만 우리는 안다. 

 

p197

미군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전자 장치에, 따라서 칩에 의존하고 있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대 미군은 전체 예산 중 약 17퍼센트를 전자 장치와 관련하여 소비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에는 7%에 지나지 않았던 수치다. 인공위성부터 조기 경보 레이더, 자동유도 미사일 등 모든 것이 최신 칩에의존하고 있었다. 펜타곤의 특별 대책 본부는 그러한 상황을 내 개의 항목으로 요약한 후 중요한 대목에 밑줄을 그었다.

  • 미군 군사력은 승리를 위한 기술적 우위에 크게 의존 중
  • 전자 장치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술
  • 반도체는 전자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는 핵심
  • 미국의 국방은 반도체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곧 해외 자원에 의존하게 됨

p262

소련의 "베끼시오" 전략은 결국 미국에 이익이었다. 소련이 늘 미국에 비해 뒤쳐진 기술을 갖게끔 했으니 말이다.

 

p557

텍사스는 대만과 지구 반대편에 있었지만 미중 관계까 위기로 치닫고 있을 때 킬비가 집적회로를 발명한 것은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국방부의 달러가 전자 회사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군은 군사 우위를 지키기 위해 기술에 의존하고 있었다. 산업 역량을 바탕으로 군의 규모를 키워 나가는 소련과 공산 중국 앞에서 미국은 더 많은 수의 군인과 탱크로 맞설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더 많은 트랜지스터와 정교한 센서, 더 효율적인 통신 장비를 만드는 건 가능한 일이었다. 이 모든 것은 미국 무기의 역량을 훨씬 높게 끌어올렸다.

 

p578

반도체 국수주의는 위험천만할 뿐 아니라 어리석은 발상이다. 대한민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 외 수많은 반도체 기업 또한 글로벌 공급사슬의 일부이기 때문에 존재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죽창가'를 부르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고 해서 '소재, 부품, 장비 독립'을 이룰 수는 없다. 그러한 시도가 무망하다는 것은 기술 수준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낮았던 1970년대, 마오쩌둥의 권력욕이 밎어낸 문화혁명을 겪은 중국이 이미 처참한 실패로 증명한 바 있다.

우리는 미국이 우리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갈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우리가 잘못된 산업, 외교, 안보 정책 드으로 인해 스스로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망가뜨리고, 그렇게 생긴 시장의 빈틈을 일본, 미국, 대만, 중국 등 경쟁국이 가져갈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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